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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읽는 논어

지식과 지혜; 현대적 의미



여러 권의 논어 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논어를 즐겨 읽었는데, 왜 읽냐고 물어보면 사실 딱히 대답할 말은 없습니다. 그리고 내용들을 외우거나 하질 않으니 논어에서 강조하는 '학이시습지'나 '인의예지', '구덕'에 대한 걸 질문한다면 정말로 단 한 번도 입술을 뗄 자신이 없네요.


그래도 억지로 이야기하자면 논어에는 없는 기준을 만드는 방법이 서술되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서양의 철학은 물체 혹은 나의 근본을 따지는 것이 주요 물음이라면, 동양은 누군가 혹은 무언가와의 관계를 정의하는 것이 주요 물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니 동양 철학이라고 볼 수 있는 중국의 고서들은 삶을 겪으면서 맞닿는 다양한 일들을 정의해주는 기준이 되어줍니다. 특히나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말이에요.


그러니 매일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에 대해선 나도 모르게 몸에 배어있는 행동들이 나타나지만,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거나 논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논어에서 진정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선 공자가 말하는 지식과 지혜를 골고루 갖춰야 함을 잘 이행하지는 못하는 듯하네요. 


어려서 가난했던 공자는 사람과의 사귐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하는데,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한 덕에 지식과 지혜를 쌓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공자가 학문의 영역을 넓히기 시작한 건 한 권력자의 집에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인데, 다행히도 그의 집에서 공자에게 많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 준 데다 재정과 창고를 관리하는 경험 통해 점점 학문의 수준을 높이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공자는 아마도 이런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에 지식을 쌓는 일과 지혜를 수행하는 일의 균형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인식하지 않았을까요? 이어질 내용은 이전에 포스팅된 빌려쓰는 글에도 작성된 내용으로 현대 환경에서 지식과 지혜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먼저 논어의 내용을 몇 개 보겠습니다.


배우지만 생각하지 않으면, 곧 없고; 생각하면서 배우지 않으면, 곧 위험하다.
논어, 그 오해와 진실, 안성재, 어문학사, 115p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막연하여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대롭다.
논어, 김형찬, 홍익출판사, 40p

새로운 것을 창조할 때는; 오래된 것을 배우고 몸에 익혀 새롭게 기억한 점이 있다면 그 배운 것이 자신의 양분이 되어 남의 스승이 될 자격이 있다.
논어, 미사키 류이치로/이소담 옮김, 스카이 출판사, 44p


논어, 그 오해와 진실
국내도서
저자 : 안성재
출판 : 어문학사 201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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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국내도서
저자 : 공자(Confucius) / 김형찬역
출판 : 홍익출판사 2016.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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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논어
국내도서
저자 : 미사키 류이치로 / 이소담역
출판 : 스카이출판사 201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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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멋대로 읽는 논어이니 논어에 대한 질타보다는, 그것을 해석하고 이해한 방식에 대해서 언급해 주신다면 관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언급된 세 가지 내용 모두 비슷한 내용입니다. 아마도 지식과 지혜의 균형을 이야기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나 봅니다. 지식만 갖춘 사람이 곧이곧대로 행동하거나 말하는 걸 보면 "참 융통성 없다"라고 이야기하죠. 흔히 말하는 연애를 책으로 배운 것처럼 말이죠. 그러니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참 막연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지혜만 최고라고 생각하는 유형이 더 상대하기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오로지 자신의 내적 고찰과 경험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말할 수 있겠는데, 이런 유형에서 나타나는 흔한 경우가 자신이 경험하지 않거나 행하지 않았던 것은 다 안된다고 하는 거죠. 즉, 자신이 실패했던 것은 다른 사람도 당연히 실패한다고 생각하는 유형입니다. 


물론 두 경우가 교차하기도 하고 다른 여러 유형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주변에 가장 두드러지게 경험했던 경우인 것 같습니다.


앞서는 사람으로서의 자세, 사람과의 관계적인 이야기를 했는데, 그러면 현대 배경에서 지식과 지혜는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현대 배경에선 지식을 쌓는다는 개념 자체에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IT의 발전 때문에 말이죠. 과거에 공부를 한다고 하면 무언가를 머릿속에 넣고 외워야 하는 개념이었는데, 요즘 공부를 한다는 개념은 기본적인 원리를 파악하고 그 내용을 수행할 수 있는 Tool의 사용법을 배우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그럴 것이 상당히 발전된 IT기술 덕분이겠죠.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지식들을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되다 보니 Tool의 기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익히면서도 그것들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능력을 숙련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저는 문서작업을 할 때 많이 느끼는데요. 행정병 출신이라 '한글'활용 능력은 신급 레벨입니다. 군대에서 한글을 배운 사람들은 한글이 대체하지 못하는 Tool이 없다고들 이야기하죠. 그럴만한 것이 예전에는 군에서 포스터 만들기 대회를 하면 모두들 한글로 포스터를 만들곤 했기 때문입니다. 저도 나름 입상경력이 있지요. 그런데 전역 후 무언가 답답함과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군대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Tool이 한글밖에 없었다 보니 직접 손으로 작성하는 것보단 낫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전역 후 대학생활을 하는 도중 방대한 자료와 내용들을 정리하면서 많은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입니다.


엑셀과 같은 Tool을 익히다 보니 많은 수의 자료를 정리하는 일은 한글에서 참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한글에서 더 편리한 기능이 있기도 했고요. 예를 들면 실험 결과를 리스트 작업하는 경우였는데, 불규칙한 내용들을 정리하는 것은 한글의 매크로 기능이 유용했고, 불일정한 길이의 문자열을 일정하게 분배하는 작업이나 수학적 계산이 필요한 부분은 엑셀이 유용했습니다. 결국 이런저런 기능들을 조합해서 유용한 방안으로 작업을 수행했는데, 바로 이런 경우가 알고 있는 지식을 지혜롭게 사용한 경우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최근의 예를 들자면 전혀 알지 못하는 분야의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경우겠습니다. 현대의 IT기기로 대부분의 세계 정보가 탐색 가능하다 보니 전혀 모르는 분야의 기술도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자세한 내용까지 이해하기는 어렵고, 분야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은 맥락을 이해하는 데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관련 내용을 가져다 쓰는 것도 말이지요. 그러니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방향만 잘 정의된다면 나머지는 필요에 따라 웹에서 손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입니다. 굳이 일일이 타이핑하지 않아도 말이죠.


이렇게 이번의 내 멋대로 읽는 논어의 주된 이야기는 여기에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선 지식의 기준이 변했다는 것입니다. 예전처럼 지식을 사용하는 경로가 머릿속에 익힌 내용들 뿐이라면 지금의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어느 정도 일반적인 지식은 당연히 갖춰야 할 것이지만, 어느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그것들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는 IT활용 능력과 찾아낸 내용들을 조합하여 발전성 있는 결과를 도출해 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훨씬 경쟁력 있는 세상이 되지 않았나 생각하네요. 물론 다른 이를 가르치는 직종과 같이 다른 경우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지식과 지혜를 현대 배경에 맞게 내 멋대로 읽어 보았습니다. 지식과 지혜의 현대적 의미는 과거와 다소 달라진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결국 지식과 지혜를 두루 갖춰야 한다는 것은 논어에서 공자가 그것을 언급했던 시대로부터 지금의 시대까지도 변하지 않은 부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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